그의 반
-정지용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운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金星)
쪽빛 하늘에 흰꽃을 달은 고산 식물(高山 植物)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뻐 스스로 한가로위-----항산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오로지 수그릴뿐.
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 돌아 나간 시름의 황혼(黃昏) 길 위-----
나------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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