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와 문구들§

어디서 들어본 단어-고스족

합격한사람 2005. 9. 21. 01:19

 #그들만의 문화

고스족은 1970년대 말 영국에서 나타난 새로운 집단이다. 반전·자유를 외치며 기성세대에 저항하던 젊은이들의 히피·펑크 문화처럼 반항의 문화였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외치며 사회에 적극 참여하기보다 도피적 성향을 띤다. 죽음과 어둠, 공포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고딕(Gothic)문화로의 도피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고립적인 고딕 문화에 매료된 이들은 검은 옷과 실버 액세서리를 고집하고 죽음과 어둠, 해골, 핏빛 이미지를 그리며 그들만의 세상을 꿈꿨다. 화려한 르네상스 문화에 가려 무시되고 폄하됐던 고딕문화. 단절되고 억눌린 현대사회의 욕망이 고독하고 폐쇄적인 어둠의 마력으로 향한 것이다.

고스족들의 카페(cafe.naver.com/goths)에서 만난 닉네임 이지(25)는 “고스족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트콤에서 보여지는 것은 겉모습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고스는 ‘문화’라는 말이 나타내듯 패션뿐 아니라 문학, 음악 등 그들이 공유하는 생활방식과 세계관이라는 것.

그가 고스문화를 접한 것은 중학생이던 10여년 전. 음악을 통해서였다. 기괴한 음악의 몽환적인 분위기에 끌렸고 그것이 고스 음악이라는 것을 알면서 고스문화에 빠졌다. 이후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은 옷을 고집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고딕 문화에 대한 정보를 찾고, 메신저에서는 전세계의 고스족들과 교류한다. 고스 음악과 문학으로 점철된 생활은 그에게 당연한 일이다.


                                                         #우리 속 ‘그들’

그렇다고 고스족이 평범한 일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이지는 어엿한 간호사. 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고스족들은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전문직이 많다. 고스 문화에 심취한다고 일이나 생활이 이상한 건 아니다. 고스풍의 액세서리 디자이너 힐데(25)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밝고 쾌활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남자친구는 지극히 평범한 ‘아저씨’”라며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것에 특히 배타적이에요. 검은 옷과 액세서리를 하고 나서면 웅성거리기도 하고, 혼을 내는 사람들도 있죠. 그렇지만 고스도 하나의 취향이고 생활방식일 뿐이에요. 좋아하는 패션이 복고풍, 히피풍일 수도 있고, 즐겨듣는 음악이 힙합, 발라드, 댄스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이지)

평균에서 살짝 벗어난 모습, 남과 다른 독특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사람들. 이들은 소외된 현대 사회에서 ‘나’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대중문화 속 고스 느껴보기

 고스족은 심리적으로는 굉장히 먼 느낌을 주지만 의외로 대중문화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들의 독특한 분위기와 이미지를 차용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문학이다. 브람스토커의 ‘드라큘라’나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 등 중세를 배경으로 한 드라큘라나 뱀파이어 문학은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을 만한 소설일 것이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원작자인 작가 앤 라이스는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며 대중적인 인기도 모으고 있는 고딕 작가.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 ‘육체의 도둑’ 같은 뱀파이어 시리즈는 물론 ‘워칭아워’, ‘래셔’ 등 마녀가 등장하는 소설도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음악은 고스족의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한다. 70년대 말 ‘조이 디비젼’, ‘바우하우스’ 등 포스트펑크 그룹들이 암울하고 괴기스러운 고딕록을 만들어낸 이후 펑크, 메탈, 인더스트리얼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변주되고 있다. ‘나인인치네일스’, ‘큐어’, ‘나이트위시’ 등의 음악이 그것이다. ‘마릴린 맨슨’이 과연 고스 음악이냐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음악을 듣고 고스족이 되길 원한다.

 영화에서도 고스족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소룡의 아들인 브랜든 리가 주연한 영화 ‘크로우(The Crow)’는 대표적인 고스 영화. 브랜든 리가 촬영도중 사망하며 크로우는 더욱 어두운 인상으로 남게됐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이 등장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에서 ‘언더월드’나 ‘반헬싱’도 고스 영화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한번쯤 방안의 불을 끄고 촛불 아래 고스 음악이나 영화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피하기만 했던 전율, 공포, 반항의 새로운 발견을 통해 고스족의 매력에 빠질지도 모른다.

--------------------------------------------------------------------------

프란체스카가 고스톱에 거의 미쳐있으니까

고스톱즐겨치는 사람을 <고스족>이라고 부른다는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