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객들이 꼽은 '왕의 남자'의 명대사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되는 대사는
장생의 마지막 말 "이 징한 놈의 세상, 한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 뿐"이다.
자유롭지만 비천했던 광대의 숙명과 현세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한탄하는 이 말은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사극 영화로 최고의 흥행 기록을 올린 '왕의 남자'는 사극답게 긴 대사 위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장생과 공길이 한판 놀이를 펼치는 장면에서는 걸쭉한 소리가 이어지고, 풍자와 희롱을 담은 절묘한 대사가 영화를 장식한다.
"내 어릴 적에는 광대패를 처음 보고는 그 장단에 눈이 멀고 광대가 되어서는 어느 광대 놈과 짝맞춰 노는 것에 눈이 멀고, 한양에 와서는 광대짓에 던져주는 엽전에 눈이 멀고, 궁에 와서는 이렇게 눈이 멀어, 눈이 멀어서는 볼 것을 못 보고 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 훔쳐가는 것을 못 보고.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을 훔쳐가는 걸 못보고. 그건 그렇고 이렇게 눈이 멀어 아래를 못보니 그저 허공이네 그려. 이맛을 알았으면 진작에 아 맹인이 될 것을...."
눈이 멀어 줄을 타는 장생이 자신의 눈 먼 사연을 타령조로 풀어낸 이 대사는 신명으로 가득했던 영화의 분위기를 애련하게 바꾸며 감동을 선사한다.
장생과 공길이 장님놀이를 하며 '너 여기 있고 너 거기 있냐'는 흥겨움과 정겨움이 묻어난다.
고 joynews24의 정명화 기자는 말하였지만 개인적으로 이보다는 철학적인 개념이라고 사려된다. 또한 이말은 연극 ㅇㅇ 에서 표절시비로 소송이 일어나기도 한 대사이다.
'내가 이 궁궐의 왕이다'는 호방함을, '나는 다시 태어나도 광대지'는 눈물을 자아내는 명대사다. 장생이 옥에 갇혀 어릴 적 공길과 종살이 하던 때는 털어 놓는 장면이나, 연산을 위해 중국 경극을 꾸며 폐비 윤씨의 사연을 구슬프게 전하는 장면에서의 대사 모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원작인 연극 <<爾>>는 보기 못했지만 대사 선택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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