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말한다§

압생트 - 액화철인님의 추천 제품

합격한사람 2011. 7. 31. 15:34

압생트 마시는 남자, 마네 作

너는 술을 맛으로 먹니?

압생트는 식전주(aperitif)’라는 카테고리에 속합니다. 식사 전에 먹는 식전주는 좋은 맛으로 식욕을 돋우고 혀의 감각을 깨우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술 중에서도 식전주는 특히 이 중요합니다. 식전주인 압생트는 환각 효과 때문이 아니라 역시 때문에 마시는 술입니다. 흔히 달달해서 리큐르라고 (특히 일본 사람들이) 이야기되기도 하는데 사실은 리큐르는 아닙니다. (리큐르는 보틀링 시점에서 맛을 조절할 목적으로 당분이 추가되는 것이 리큐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유념할 점은 압생트가 취향을 타는 맛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맛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는 아니스와 페넬인데 비교적 강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 식물들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향기가나는 풀에 대한 반감을 가진 경우도 많습니다. 월남 쌀국수나 타이 음식에 들어가는 고수라던지 개고기에 들어가는 산초라던지 하는 향기나는 식물을 못 드시는 분들은 대부분 압생트가 취향과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입견이나 취향을 넘어서 좋은 압생트에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준다면 누구라도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뭔가를 억지로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건 세상에서 제일 부질 없는 다섯 가지 짓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요)

 

이 번 포스팅에서는 맛있는 압생트를 고르는 법과 마시는 법에 대해서 차근차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좋은 압생트를 찾아서

전성기의 프랑스의 압생트는 다섯 가지 등급으로 나뉘어졌습니다. 오르디네르(ordinaire), 데미핀(demi-fine), (fine), 쉬페리외르(supérieure), 스위스(Suisse)입니다. 마지막 스위스는 스위스제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지 압생트의 발상지인 스위스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최고 등급에 붙인 등급명입니다.

이 중 오리지널 레시피로 만들어지는 건 쉬페리외르와 스위스 두 등급입니다. 오리지널 레시피라는 이야기는 기본재료인 아니스, 페넬, 쓴쑥을 빻아 넣은 알코올을 증류시켜서 72~74%의 블랑쉬를 뽑아내고 여기에 각종 허브를 이용해 착색했다는 의미입니다. 바꿔 말하면 밑의 세 등급의 경우는 알코올에 아니스, 페넬, 쓴쑥의 엑기스를 섞고 인공착색료를 섞어서 만들기도 했다는 의미입니다.

압생트 판금 이후로 이런 규정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현재는 스위스를 제외한 다른 모든 국가는 압생트 생산 및 판매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 상태입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대부분의 국가에선 콜라와 알코올을 섞고 녹색으로 착색을 해서 압생트라고 팔아도 판매는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말도 안 되는 물건이 압생트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번의 포스팅에서도 살펴본바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좋은 압생트고 그걸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자료와 증거들은 분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벨에포크의 사료들과 그리고 당시 생산되었던 압생트들이 그 모습을 분명하게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애호가들과 장인들이 고집스럽게 그 압생트의 이상을 현대에 구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먹거리와 마실거리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압생트를 만드는 데에는 재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최고의 압생트는 포도주를 증류한 오드비(eau-de-vie)’를 베이스로 만들어집니다. 비트순무 알코올은 한 단계 아래의 제품에 쓰여지고 그레인 알코올은 그야말로 최저급의 선택입니다. 베이스 허브 역시 까다롭게 선택됩니다. 아니스, 페넬, 쓴쑥을 가리켜 압생트의 성삼위일체(holy trinit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원래 이 말은 세 가지 허브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재료의 조합인 그린아니스(green anice), 플로렌스 페넬(Florence fennel), 향쑥(grande wormwood) 만을 가리키는 좁은 의미로 쓰였습니다. 따라서 최고의 압생트란 포도 오드비에 성삼위일체의 허브를 빻아넣고 증류시킨 후 자연허브를 이용해 착색한 것을 의미합니다. 압생트가 맛이 중요한 술인 만큼 이런 까다로운 재료의 선정은 압생트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최고의 압생트에 대한 모습을 머리 속에 넣고 이제 본격적으로 쇼핑을 해보기로 하겠습니다. 현재 시중에 유사품까지 포함해서 10여 개 국에서 200개가 넘는 브랜드의 압생트가 나와 있습니다. 각 나라의 스타일과 관련 법규, 그리고 역사가 다라 국가별로 분류를 해보았습니다. 명시된 가격은 현지에서 팔리는 가격을 일괄적으로 US달러로 환전해 놓은 겁니다. 혹시 한국에서 구하실 때 참고하시라는 의미에서 말이죠.

 

 프랑스: 눈 가리고 아옹 중

놀랍게도 프랑스는 아직도 압생트가 금지입니다. 하지만 열심히 생산해 내고 있고 열심히 소비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 일단 프랑스는 압생트의 생산금지를 한 적이 없습니다. 1915년 대통령 푸앙카레가 내린 금지조치는 판매금지였지 생산금지는 아니었죠. 하지만 내수 없이 수출용으로만 꾸려나갈 수 있는 산업은 아니었기 때문에 판매금지는 생산금지와 마찬가지의 효과였습니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2000년 영국 사업가 조지 로울리는 판금 이후 최초의 수출전용 압생트 양조장을 프랑스에 세웁니다. 가짜 압생트를 영국에 최초로 소개한 바로 그 사람이 이번엔 진짜 오리지널 압생트를 팔아 먹어보기로 결심한 셈인 거죠. 결국 프랑스 정부에서는 같은 해 압생트를 금지 시킨 법은 폐지하지 않은 채 1988년 만들어진 식품법인 식품 내 투존 허용수치는 10mg/l 이하로 한다라는 법을 기준으로 규정에 맞는 주류를 쓴쑥으로 만든 이용한 증류주(spiritueux aux plantes d'absinthe)”, “증류시킨 쓴쑥(absinthes distillées)”, 쓴쑥을 바탕으로 한 증류주(spiritueux à base de plantes d’absinthe)”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내립니다. 내용물은 같지만 이름이 틀려진 거죠. 그래서 현재 프랑스에도 압생트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비록 압생트를 압생트라 부르지는 못하지만 말이죠. 다만 프랑스에서 압생트를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할 사실 하나는 프랑스 식품법은 페넬 추출물인 펜촌에 대한 규제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일부 브랜드의 경우는 프랑스 내수품이 오리지널과 다른 레시피로 만들어진 것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추천 브랜드

프랑스의 최초의 압생트 양조장인 페르노 양조장이 세워졌던 프랑스 압생트의 성지, 퐁타를리에를 중심으로 전통의 강자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에밀 페르노(Emile Pernot)

그 페르노(Pernod)가 아닙니다. 벨에포크 시대에는 1890년대에 시작한 후발주자라 Pernod에 의해 유사품 취급도 받고 상표권관련 피소도 당하던 브랜드였지만 현재는 현대 프랑스 압생트에 있어서 대표적인 메이커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회사는 다양한 스타일의 압생트를 만들면서 스타일을 변화시켜 나가는 끊임 없는 연구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지금 보다는 미래가 기대 되는 회사입니다.

 

 

 

 

 

 

 

 

 

 

 

 

Un Emile 68

700ml, 68% ABV

판금 이후 최초로 프랑스인에 의해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지금은 워낙 쟁쟁한 녀석들이 많이 나오는 바람에 격이 떨어진 느낌도 들지만 압생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압생트란 이런 것이라고 설명해 줄 수 있는 교과서적인 압생트이며 에밀 페르노의 대표적 상품입니다. 가격은 55불 정도.

 


 

 

 

 

 

 

 

 

 

 

 

 

Roquette 1797

 

700ml, 75% ABV

이름은 압생트의 발명자로 알려진 오르디네르박사의 애마의 이름과 압생트가 태어난 해에서 따왔습니다. 페르노(Pernod)가 식전주로 레시피를 변경하기 전, 만병통치약으로 쓰이던 시절의 레시피라 정말 같은 느낌도 나고 루쉬도 늦게 일어납니다. (처음엔 안 일어나는 줄 알았음) 하지만 독특한 끝 맛을 즐길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압생트 경험자에게 추천. 가격은 70불 정도.

 

 

제이드(Jade)

브로(T. A. Breaux)라는 미국 뉴올리언즈 출신의 미생물/화학자가 런칭시킨 브랜드입니다. 압생트에 관심이 많았던 브로는 문헌자료와 현재까지 남아있는 판금전 빈티지 압생트를 연구해 완벽한 압생트를 재현하는 것을 일생의 꿈으로 삼았던 남자였습니다. 페르노(d)전성기의 콩비에 증류소와 협력하여 그는 2000년 제이드라는 브랜드를 설립하게 됩니다. 퐁타를리에의 콩비에 증류소는 프랑스의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와인 오드비가 아니라 실제로 당시 압생트의 베이스 알코올로 쓰였던 마르뒤뱅(포도찌꺼기로 만든 와인) 오드비의 품질까지 세세히 따져서 고증하는 제이드는 판금전 압생트 수집광인 브로가 만드는 브랜드답게 당시의 맛을 재현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PF 1901

 

750ml , 68% ABV

빈티지 압생트인 페르노 피(Pernod Fil) 1901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오리지널 페르노 피 1901의 강렬하고 복잡한 맛과 향, 특유의 끈적거리는 루쉬와 오래 가는 끝 맛까지, 조금 비싸기는 해도 그 값어치를 합니다. 80불 내외

                   

 

 

 

 

 

 

 

 

 

 

Edouard

 

750ml, 72% ABV

판금 당시 3위의 브랜드였던 에두아르 페르노(Pernod Fil과는 다른 브랜드)의 레플리카입니다. 페르노 보다 훨씬 더 상류층 지향이었던 에두아르 페르노를 훌륭히 재현해 냈기 때문에 PF1901보다 훨씬 정제되고 부드러운 맛을 보여줍니다. 80불 내외




Lucid

750ml, 62% ABV

루시드는 엄밀하게 말하면 제이드社의 압생트는 아닙니다. 다만 브로가 개발한 레시피로 브로의 콩비에 증류소에서 미국회사인 비리디언 스피리츠(Viridian Spirits)의 주관 하에 생산되는 일종의 OEM제품입니다. 2007년 판금 해제 후 미국시장에 최초로 소개된 압생트로 현재 미국시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수상해 보이는 고양이 눈이 그려진 매력적인 병 디자인이 특징적이죠. 골수 순수주의 애호가들에겐 조금 욕을 먹고는 있지만 압생트 입문자들에게는 제법 괜찮은 제품입니다. 제이드와의 차이 점은 오드비 대신 비트알코올로 만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전용허브농장에서 키운 허브가 아니라 외부에서 구입한 허브로 만들어진다는 것 정도입니다. 아니스 맛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들을 위해 약간의 맛 조정도 들어갔죠. 그러니까 격이 많이 떨어지는 제이드 제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정식 명칭은 “Absinthe Supérieure”인데 이건 등급에 대해 표시한다기 보다는 압생트라는 이름에 대해 프랑스정부와 마찬가지로 민감해하는 미국정부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가격은 60~70불 사이.

 

 

스위스: 발상지의 자존심

최고 등급의 압생트가 스위스로 불리는 이유는 스위스가 발상지라는 이유도 있지만 스위스는 좋은 압생트의 바탕이 되는 알프스의 좋은 허브가 자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압생트는 스위스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1910년의 압상트 판금 및 제조금지 이후에도 소형 증류소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압생트가 밀조되어 왔습니다. 들키지 않기 위해 착색과정을 생략했고 알코올 함량을 50~55%로 낮춰 언뜻 봤을 땐 보드카나 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압생트 블랑쉬는 푸른 색을 뜻하는 라블뢰라는 은어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색이 없는 압생트를 블랑쉬 말고도 라블뢰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엔 이런 사연이 있는 거죠.

스위스 압생트 부활 뒤에는 퀴블러라는 회사의 대를 뛰어넘는 집념이 있습니다. 1863년에 발드트라베르 지역에 세워진 퀴블러 증류소를 통해 스위스 압생트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던 퀴블러에게 1910년 떨어진 판금조치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을 겁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 4대 째 후손인 이브 퀴블러는 자신의 혈통과는 관계 없이 평범한 전기수리공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가문의 유산인 포도밭과 양조장을 유산으로 물려 받으며 모든 일은 시작됩니다. 그는 뒤늦게 증조 할아버지의 성공신화에 대해 알게 되었고 빼앗긴 가문의 영광을 되찾고자 집념을 불태웁니다. 술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던 이브 퀴블러는 그야말로 기초인 알코올 증류법부터 라블뢰 제조법에 이르는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밤낮없이 팠고 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1990라랭셋(La Rincette)”이라는 파스티스를 내놓습니다. 이 제품은 진짜 그야말로 압생트 라블뢰에서 문제 재료인 쓴쑥만 빠진 제품입니다.

그러다 2001 10월 라랭셋에 쓴쑥을 조금 첨가한 제품을 퀴블러의 쓴쑥 추출액(Extrait d'Absinthe Kübler)”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내놓습니다. 그야말로 압생트인 셈이죠. 문제는 이 술의 이름이 엑스트레답생트인데다 투존함유량에 관한 법도 지키고 있는 합법적인 제품이라는데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정도면 싸워 보자는 거죠. 법을 하나도 어기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압생트에 가까운 이 제품 덕에 압생트에 대한 논쟁이 전면에 재부상하고 압생트 규제에 대한 불합리성을 깨달은 스위스 정부는 2005년 입장을 바꿔 압생트 생산을 전면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합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압생트 품질에 관한 강력한 규정도 도입하게 되죠. 이왕 만들 꺼 제대로 만들어라 라는 대인배적인 정부시책인 셈이죠. 반드시 허브혼합주를 증류시킬 것, 반드시 무색투명하든지 아니면 천연재료로만 착색할 것, 즉 예전 프랑스의 다섯 등급 중, 슈페리외르와 스위스 등급만 압생트로 인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스위스에서 생산되는 “absinthe”라는 이름의 술은 일정등급 이상의 품질을 보장한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퀴블러의 제품소개는 그닥 추천 할 만 하지 않아서 생략합니다)

 

추천브랜드

스위스는 압생트 밀조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발상지인 발드트라베르지역과 인근 지역으로 훌륭한 양조장이 많습니다. 여기서 소개할 브랜드는 발드트라베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칼나흐의 마터루긴뷜입니다. 왠만하면 제가 마셔본 제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글이기 때문에 정말 좋은 스위스 브랜드로 알려진 Helfrich의 이야기는 일단 뺐습니다.

 

마터루긴뷜(Matter-Luginbühl)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스위스 압생트 양조회사입니다. 이 증류소가 위치한 곳은 노이샤텔과 베른 사이의 칼나흐(Kallnach)라는 지역입니다. 1920년대 압생트의 탄생지인 노이샤텔/발드트라베르 지역과 왕래가 있던 양조장 설립자 에른스트 루긴뷜-뵈글리가 자기의 소 한 마리를 주고 압생트(라블뢰) 레시피를 입수합니다. 그리고 불법이라 실제로 만들어 보지는 못하고 어디엔가 처박아뒀었는데 8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의 증손자이자 현재 마터루긴뷜의 경영자인 올리버 마터가 고문서를 뒤지다가 그 걸 발견하고 나서 2005년 스위스의 압생트 판금이 해제 되자마자 칼나허(Kallnacher)”라는 이름의 라블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게 공식 이야기입니다만 사실 칼나흐 지역은 판금시절에도 라블뢰가 밀조되던 지역이었고 현재 남아있는 밀조 라블뢰와 마터루긴뷜의 칼나허의 맛이 판박이인걸로 봐서는 아마도 루긴뵐 양조장이 압생트를 처음 만든 것은 2005년이 아니라 훨씬 전이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상급 지멘탈 품종의 소를 주고 바꾼 레시피를 안 써보고 처박아뒀다는 게 말이 됨?)  밀조했었다는 범죄사실을 쉽게 인정할 수는 없는 건 당연한 것 아니 겠습니까. (금지한 적도 없었는데 밀조했었다고 떠들어대는 체코의 힐과는 사뭇 상반되는 이야기입니다.) 라블뢰의 레시피는 있었으나 베르트의 레시피는 가지고 있지 않았던 마터루긴뷜에 날개를 달아준 건 독일의 압생트 전문가인 마커스 리온이었습니다. 리온과 손을 잡고 마터 루긴뷜은 여러가지 흥미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합니다.

 

 

Kallnacher Absinthe

1l, 55% ABV

밀조시대의 바로 그 맛. 판금해제 이후 최초의 스위스 압생트. 최초로 합법적으로 상용화된 라블뢰. 왠지 거칠 것 같다는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부드러운 맛입니다. 스위스 라블뢰는 알코올도수가 낮아서 그런지 허브의 향이 더 극명하게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라블뢰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으로 라블뢰 초심자에게 강력 추천. 50불 내외

 

 

Duplais 시리즈

판금 이 후 스위스에서 최초로 생산된 베르트인 뒤플레 압생트를 필두로 뒤플레 베르트, 뒤플레 밸런스, 뒤플레 블랑쉬 등의 제품군을 자랑하는 마터루긴뷜 최고의 라인업입니다. 독일 출신의 주류전문가 마커스 리온과 마터루긴뷜이 최초로 협력한 작품입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최고 압생트인 스위스급의 제조규정을 정리한 뒤플레의 증류주와 리큐르에 관한 규정(Traité des Liqueurs et de la Distillation des Alcools)"을 기반으로 제조된 최고급 압생트입니다. 이 중 최고작으로 꼽히는 뒤플레 밸런스는 뒤플레의 규정을 바탕으로 마커스 리온이 다소간의 밸런스 조정을 한 제품으로 마커스 리온의 감각이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밸런스는 단순하게 밸런스 조정했다는 의미 이외에도 마커스 리온이 좋아했던 영국 출신의 음악가 고() 존 밸런스(인더스트리얼 그룹 코일의)의 이름을 따온 것이기도 합니다. 라벨에 그려진 그림 역시 존 밸런스의 작품입니다. 이 후 마치 무통 로췰드와 비슷하게 유명인사의 그림을 이용해 브랜드를 정의하는 전통이 자리 잡게 됩니다. 뒤플레 밸런스의 경우 500ml 한 병에 40불 정도.

 

 

Brevans 시리즈

500ml, 68% ABV

브레방 시리즈는 레시피 창안자의 이름을 따르는 뒤플레의 전통을 따릅니다. 1897년의 쟈크 드 브레방의 레시피를 따라 베이스 알코올도 와인 오드비와 마르 오드비를 섞어서 만드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제법 쌉쌀한 편이고 허브들 간의 발란스도 좋습니다. 브레방의 레이블은 에일리언을 디자인한 걸로 유명한 HR기거의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50불 정도

 

 

 

Mansinthe

700ml, 66.6% ABV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잠깐 소개한 바로 그 브랜드입니다. “마릴린 맨슨과 마커스 리온이 공동제작한…” 이라고 해도 마커스 리온이 만들고 맨슨이 마셔보고 이러쿵 저러쿵 하면 그걸 반영하는 식으로 진행되었겠죠? 실제로 맨슨은 이름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압생트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알코올 함유량이 66.6%인 것 역시 맨슨답지 않습니까?

맨신트는 기대했던 것 보다는 놀라울 정도로 좋다. 하지만 같은 회사의 뒤플레나 브레방 보다는 한 수 아래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맨신트는 저도 못 먹어봤어요. 현재 가장 궁금해하는 압생트입니다)라벨의 그림 역시 맨슨이 직접 그린 수채화“MB의 초상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60~70불 정도

 

 

스페인: 더욱 달콤한 남유럽 스타일

스페인은 압생트를 금지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제법 소비가 잘 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아마도 청십자 운동이 시작되기에는 스페인 신부님들께서 술을 너무 좋아하셨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프랑스에서 압생트가 금지되자 페르노는 프랑스의 공장을 유사품인 파스티스를 생산하도록 변경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남부의 타라고나라는 곳에 압생트 증류소를 세웠습니다. 스페인 시장을 개척하려고 한 거죠. 많은 현지 업체들과 피난 온 다른 프랑스 업체들이 꾸준하게 압생트를 생산했지만 스페인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기에 결국 60년대에 페르노는 공장을 폐쇄해버렸고 많은 스페인 압생트 생산 업자들도 이를 따랐습니다. 이 때 살아 남은 세르피스, 데바, 세가라 등의 전통 있는 브랜드와 신규 브랜드인 옵셀로 등이 있습니다. 스페인으로 퍼진 압생트는 재료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린 아니스외에도 스페인 알리칸테 지방이 원산지인 마탈라우바(matalauva)라는 아니스가 첨가되는데 이 덕분에 맛은 더욱 달콤해지고 상큼한 감귤류의 느낌을 띄게 됩니다. 이런 스페인 스타일의 압생트는 현지 표기대로 압센타(Absenta)라고 불립니다. 압센타는 일반적으로 50~55%에서 증류되어 달콤한 리큐르의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따라서 왠만하면 압센타를 드실 때는 설탕은 빼놓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물로 희석시켜서)

 

 

Obsello

700ml, 50%

사실 현재 압센타라는 제품에 대해서는 추천할 만한 브랜드가 거의 없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서 변형도 많이 되었었고 특히 주 소비처가 밭에서 농사짓다가 더울 때 한 잔 먹는 레모네이드 정도의 용도로 쓰였기 때문에 품질과 맛에 대한 고민은 느껴지지 않는다고나할까요. 그런데 옵셀로는 그런 대충 만드는 것이 잘 만드는 것이라는 압센타의 전통을 기특하게도 무시한 채 가장 좋은 재료를 골라 만드는 압센타의 명품입니다. 바닐라 향과 진한 루쉬가 마치 허브향기 꽃향기 가득한 밀크쉐이크를 마시는 듯한 느낌마저 전해 줍니다. (츄릅) 특히 단 것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 초보자들에게도 강추. 50~60

 

압센타는 이 외에도 마리 마얀스와 데바를 마셔봤지만 둘 다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미국: 글로벌 압생트 시장의 새로운 강자

2007년 가장 크고 트렌디한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드디어 압생트를 해금 시키게 됩니다. 1912년 판금 이 후 95년만의 일이었습니다. 이 판금해제를 주도한 회사는 스위스의 판금 해제에도 기폭제 역할을 한 집념의 퀴블러와 미국회사로 프랑스의 압생트 전문가 브로와 손을 잡은 비리디안(앞에서 소개한 루시드의 판매원)입니다. 미국시장을 개척하려는 두 회사는 각각 미국의 담배주류세금및무역국(Tobacco, Alcohol Tax and Trade Bureau 줄여서 TTB)의 문을 두드립니다.

흥미로운 건 미국에서 압생트는 이미 어느 순간인가 쥐도 새도 모르게 해금되었었다는 겁니다. 1912년 발효되었던 법률은 정확히 압생트라는 이름의 제품을 금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법률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압생트금지투존금지조항과 겹친다는 생각이 들었었는지 빠지게 됩니다. 한마디로 투존을 규제하면 압생트도 자연적으로 금지되는 거 아니겠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투존금지라는 말에는 구멍이 있습니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無투존(thujone-free)”이라는 개념에 그 구멍이 있습니다. 이 말은 투존이 아예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10ppm이하인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거든요. (다이어트 음료에서 100ml 4Kcal 미만이면 0Kcal로 친다는 것과 비슷한 거죠.) 따라서 정통 레시피로 만들어진 압생트는 미국식품관련법의 관점에서 보면 투존이 안 들어 있는 셈인 거죠. 결국 법률을 정리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압생트를 규제할 법적근거가 사라져 버린 셈이 된겁니다. 압생트는 미국기준으로는 無투존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금지조항이 없다는 것과 판매허가를 받는다는 건 다른 문제죠. 수입주류의 판매허가를 담당하는 건 담배 및 주류 관련 관세청/국세청 같은 조직인 TTB였습니다. 압생트에 관한 TTB의 입장은 조금 틀렸죠. TTB압생트라는 마약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악명이 마케팅에 사용된다는 사실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걸 제품명으로 한다는 건 마치 코케인이나 “LSD”라는 이름의 보드카를 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결국 이 덕분에 스위스대사관의 문화홍보담당까지 동원되어 TTB 관료들에게 전부 오해였다능. 빅토리녹스 아미나이프나 스와치처럼 압생트는 스위스의 훌륭한 문화상품이라능,. 우리도 2005년에 제조를 허가했다능이라고 압생트의 무해성과 우수성에 대해 설득하는 노력을 보입니다. 드디어 2007압생트라는 이름을 직접적인 브랜드명으로 쓸 수 없고 (제품을 묘사하는 이름으로 쓸 수 있음) 절대로 라벨에서도 강조되어서는 안된다는 조건 하에 2007년 판매허가가 내려집니다 

2007년 미국TTB로부터 최종적으로 판매허가가 떨어진 퀴블러의 라벨. 제품브랜드는 퀴블러.

압생트라는 이름은 정말 숨은 그림 찾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숨겨져 있다.

위로부터:

허브와 향신료를 함유한 곡물중성주정

스위스 압생트 쉬페리외르

퀴블러

노이샤텔의 발드트라베르에서 증류

스위스

 

 

추천 브랜드

집요한 압생트 마니아의 노력이 느껴지는 브랜드들이 눈에 띕니다. 전통보다는 도전이 미국 압생트에서는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죠. 미국와인산업과 마찬가지로 부족한 역사를 풍부한 자원과 개인의 도전정신으로 채워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르토(Marteau)

미국 압생트계의 거목이라 할 수 있는 기디온 스톤이 만든 브랜드 입니다. 유럽의 역사와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았던 기디온 스톤은 압생트에 관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조사를 시작하는데 압생트에 대한 대부분의 사실이 거짓이라는 걸 발견하고는 끝까지 파보기로 결심합니다. 2004, 자신이 거주하고 있던 시애틀의 친구들과 함께 “Wormwood Society”라는 압생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는데 이는 그의 압생트 탐구여행에 있어 커다란 인적 자산이 됩니다. “아마츄어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프로라는 전개는 열정으로 뭉친 동호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 아닙니까? 곧 스톤의 압생트에 대한 집념은 단순히 맛보는 것을 넘어서 증류법을 배워 직접 만들어 보는 데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자기집 창고에 소형 증류장비를 갖추고 브레방과 뒤플레 등이 만든 19세기의 매뉴얼을 실험하면서 자신이 먹어본 옛날 압생트의 맛을 구현하려 노력을 했고 결국 그 레시피를 가지고 스위스의 유명 압생트 양조업체인 마터루긴뷜에게 증류를 의뢰합니다. 그래서 2007년 탄생한 것이 바로 마르토 베르트 클라식(Marteau Verte Classique)”입니다. 2006년 기디온 스톤이 유럽으로 건너가 마터루긴뷜 사람들과 압생트 생산을 논의하던 시절은 아직도 미국에선 판매금지라고 여겨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원래 이 술도 주로 유럽에서 판매될 목적으로 생산되었던 거죠. 그런데 일이 급박하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베르트 클라식이 나올 쯤에서는 이미 비리디안과 퀴블러의 노력으로 TTB에서 압생트 판매가 허가되고 생산을 규제할 만한 근거도 없어진 거죠.

기디온 스톤은 2008년 오레곤주 포틀랜드의 하우스 스피리츠라는 양조장으로 생산라인을 옮기고 알프스와 기후와 토질이 비슷한 몬타나의 산 기슭에 허브밭을 가꿔 베르트 크라식보다 훨씬 더 정통에 가까운 두 번째 모델을 내놓게 됩니다.

 

 

마르토 압생트 들라벨레포크 (Marteau absinthe de la belle epoque)

750ml, 68% ABV

벨 에포크 시대의 압생트라는 이름을 자신 있게 달고 나온 미국 최강의 압생트. 한 마니아의 열정이 맺은 결실. 이제는 생산이 중단된 마터루긴뵐이 생산하던 마르토 베르트 클라식이 칵테일 재료로서의 압생트 특정 향이 더 강조가 된 레시피로 만들어졌다면  들라벨레포크는 그야말로 당시의 모든 걸 재현해서 미국인들에게 소개 하려는 기디온 스톤만의 집념이 어려있는 명작입니다. 본토의 제이드 시리즈나 뒤플레에 비해서 전혀 뒤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훌륭한 브랜드 입니다. 강력 추천. 90~105

 

세인트 조지(Saint George)

세인트 조지는 캘리포니아 알라미다에 위치한 양조회사 입니다. 1980년대에 프랑스/독일 국경의 알사스 지방 출신인 요르그 루프(Jorg Rupf)라는 양조 기술자가 캘리포니아 과수원 과실의 품질에 감탄, 이 녀석들로 오드비를 만들어 팔아보자는 생각으로 증류소를 세운거죠. 그러던 중, 랜스 윈터스라는 청년을 만나게 되는데 이 사람 이력이 재미있습니다. 원래 해군 항공모함에 근무하던 핵기술자였던 윈터스는 일이 재미가 없어 때려 치고 자신의 창의성과 순수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직업 반, 취미 반으로 집에서 맥주 등의 술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걸 한 번 직업으로 삼아볼까 하면서 세인트 조지를 기웃거리고 있었던 겁니다. 일단 채용해 보니까 왠걸 오랜 세월의 경험을 가볍게 뛰어넘는 센스와 지식의 소유자였던 겁니다. 2002년 윈터스의 아이디어로 오드비를 증류하는 기법을 이용해서 행어 1이라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보드카를 시장에 내놓고 세인트 조지는 그 이름을 전국적으로 떨치게 되었습니다. 원래 성조지라는 성인은 창으로 멸종위기에처한공룡용을 죽인 전설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성조지라는 이름의 양조장에 그야말로 창(lance)이 생긴 셈이지요. 윈터스가 가진 맛에 대한 고집과 감각에 반한 창업자인 요르그 루프는 실질적으로 윈터스를 후계자로 삼았습니다. 현재 랜스 윈터스는 루프와 함께 세인트 조지의 동업자입니다.

 

 

 

St. George Absinthe Verte

750ml, 60% ABV

랜스 윈터스의 호기심이 만들어낸 괴작. 괴작이라고 쓰기는 했지만 참 맛있는 압생트인 건 사실입니다. 2007년 해금 이 후 미국 땅에서 최초로 생산된 압생트였습니다. 루시드, 퀴블러를 이어 미국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한 세번째 압생트입니다. 정통파 압생트를 지향하기 보다는 랜스 윈터스라는 천재가 그만의 독특한 해석을 담아 만든 작품이죠. 포도 오드비를 생산하는 회사답게 양질의 포도 오드비를 베이스로 하는 고급 압생트입니다. 사실 정통파인 마르토가 먼저 소개가 되고 바리에이션으로 세인트 조지가 나왔더라면 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강렬한 허브의 향이 기분 좋게 자극적입니다. 70~80

 

 

 

그럼 이제 한 잔 할까?

제가 최근 참 좋아라하는 만화 중 하나인 바텐더에 보면 사기꾼에게 파스티스를 스트레이트로 먹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기꾼은 으웩, 이게 뭐꼬?”, 그러니까 주인공 류가 “9명이 싫어하고 1명이 좋아한다뭐 어쩌고 이러면서 여기에 물을 부어서 파스티스 워터라는 칵테일을 만드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애니판에서는 중간에 칵테일 이름이 자막으로도 나오는 그야말로 피쳐드 칵테일로 소개되기도 하는데요. 이 장면을 보면서 든 생각은 류가 사기꾼을 어지간히도 싫어하는구나였습니다.

파스티스는 상당히 인기 있는 식전주로 10명 중 1명만이 사로잡히는 그런 마이너한 드링크는 아닙니다. 그리고 미친 거 아니라면 저런 식으로 스트레이트로 절대 마시는 경우는 없습니다. 원래 물을 부어 마실 것을 생각하고 만든 거죠. (솔직히 파스티스 스트레이트는 술자리 벌칙으로는 꽤 괜찮을 듯하긴 해요) 류는 그런 “10명 중 1명만이어쩌구 하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이 사기꾼 손님에게 파스티스를 스트레이트로 먹인 걸 보면 대단히 미워하는 듯. (아 물론 작가의 오류 쪽이 더 정확한 거겠지만)

파스티스는 압생트의 대용품입니다. 따라서 압생트도 당연히 물을 부어서 먹습니다. 전에 소개 드린 압생티아나라는 의식입니다. 이걸 하기 위한 장비(?)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압생트 액세서리의 경우는 압생트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압생트 관련 사이트에서 취급하고 있습니다.

 

 

 

압생트 잔


압생트 잔은 압생트의 정량이 표시되어 있는 편이 좋습니다. 우측은 잘록하게 들어간 형태로, 좌측은 회오리 모양의 문양으로 양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원액의 색과 물을 부었을 때의 루쉬를 관찰할 수 있도록 무색투명해야합니다.

 

일반적인 텀블러나 올드 글래스는 바닥이 넓어서 루쉬로 인해 개방되는 향의 효과가 적다는 느낌이듭니다. 전용 글래스가 없을 경우에는 샴페인용 플루트나 셰리잔, 혹은 좁은 고블렛, 길쭉한 필즈너잔 같은 걸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만 술은 역시 전용 글래스에

압생트잔은 스템이 짧기 때문에 보울 부분을 쥐고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스푼

 


압생트 스푼에는 구멍이 뚫려있어야 하며 잔에 걸칠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은 그래서 스푼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구멍 뜷린 주걱에 가까운 형태의 물건이 많기는 하지만 루쉬를 저어가면서 마시는 상류층의 습관을 위해 스푼의 스템 중간 부분에 설탕을 놓을 수 있는 그릴부를 달고 있는 레퀴예레라는 형태도 있습니다.(Les Cuilleres, 스푼들이라는 스푼의 복수형입니다. 끝부분의 스푼 외에 중간에도 달려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 반면에 아예 스푼의 형태를 버리고 그릴 부분만 컵에 걸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있습니다. 스푼은 각설탕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따라서 각설탕이 없거나 필요 없다면 스푼도 필요 없죠.

 

파운틴


루쉬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물의 온도도 낮아야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천천히 떨어져야 합니다.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나오는 구라디캔팅 정도로 얼음물을 따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엔 스포이트로 한방울씩이라는 쪼잔한 짓을 해야겠죠. 가장 깔끔하게 압생트를 물로 희석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물건이 바로 파운틴입니다. 물통에 수도꼭지가 달려서 그야말로 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도록 합니다. 생긴 거에 비해서 가격도 나쁘지 않아서 우리 돈으로 10만원 이하로 구할 수 있는 물건이긴 한데 문제는 번거로움과 부담스러운 부피입니다. 전문적인 바 내지는 가정 내의 미니바라면 설치해 놓을 수도 있지만 일반가정에선 상시 비치하고 쓰기엔 조금 부담스럽죠.

 

 

브루이외(brouilleur)


스푼과 파운틴의 역할을 하나로 만든 정말 편리한 물건입니다. 혼자 압생트를 즐기는 분이라면 스푼이나 파운틴 없이 이거 하나만 있으면 끝입니다. 압생트 전용 드리퍼라 할 수 있죠. 글래스 위에 얹고 설탕을 올리고 그리고 물을 조금 부으면 설탕을 녹이면서 물이 방울방울 떨어집니다. 가격도 파운틴에 비해 무척이나 저렴합니다. 현재는 유리로 된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예전에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었습니다.

 


고전적 스타일의 금속제 브루이외

 

이상으로 4회에 걸쳐 진행되었던 압생트 이야기를 마칩니다. (본 블로그에서는 압생트제조금지 이야기를 담은 2부는 제외하였습니다.)잘못 알려졌던 사실이 바로잡히길 바라고 더 나아가서 한국에서도 진짜 압생트를 지금 보다는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아마도 부록쯤으로 압생트 관련 포스팅이 있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기약할 수는 없습니다.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줄이면서 쓰느라 불명확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추가 1.

압생트에 대해서는 많은 전설과 오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압생트가 마약으로 지정되어 수입금지라는 이야기 역시 이런 오해 중 하나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마약은 식약청의 마약류 관리지침에 나와 있습니다. 첨부된 마약리스트엔 압생트도, 쓴 쑥도, 투존도 나와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마약으로 규제 받지 않습니다. 단 압생트의 재료인 쓴쑥에 관해서는 식약청 식품공전에 식용으로 절대 쓸 수 없는 것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압생트의 제조 및 판매는 식품위생법 7식품원료의 기준에 적합한 원료사용을 위반한 것이 되는 거죠그럼 압생트 국내반입 된다는 소리 안된다는 소리? 아시는분 댓글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