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생
서하 김춘화
어둠이 내린 밤거리를 달리는 자동차 불빛이
얼굴에 와 닿는다.
눈이 부시다.
눈을 찡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사이에 자동차는
옆을 스쳐 지나간다.
거리는 온통 어둠으로 덮여있다.
저 멀리 가로등 불빛이 반짝인다.
한 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둠에서 멀어져 가로등 불빛아래 멈춰 섰다.
가로등 불빛아래 앉아 있는데 무엇인가 얼굴을
툭툭 건드린다.
위를 올려다보니 날파리와 나방이 무더기로 머리
위에서 날고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두려움이 밀려든다.
어둠속에서 바라보고 있을 눈빛들이 떠올랐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둠속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눈동자가 노려보고 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대로 있을 수도 없고 어둠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저만치서 자동차 불빛이 다가 오고 있다.
너무나 반가워 손을 들었다.
버스가 멈춰 서고 무작정 올라탔다.
긴 한숨이 새어나온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니 짙은 어둠이 따라오고
있다.
이 버스는 어디로 가는 걸까?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리들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가끔은 이렇게 막막함으로 다가 올 때가 있다.
때를 모르고 나서서 어둠속에 헤매기도 하고
목적지를 모르면서도 무작정 가야할 때도 있다.
가끔은 참지 못하고 내려서 한참을 힘겹게 걸어야
할 때도 있고, 잘 못 온 길을 뒤돌아 후회하며 다시
가야할 때도 있다.
그렇게 어둠을 지나 두려움을 이기고 후회라는 걸
느끼면서 우리는 아침을 기다리고 희망을 꿈꾸고
만족의 기쁨을 느끼며 감사함을 배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처음 와보는 길이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보았다.
다행이다. 이제 길을 알았다.
가야할 길이 정해지니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열심히 가다보니 새벽이 밝아왔다.
찬란한 햇살에 어둠은 도망칠 사이도 없이 분해되어
버린다.
아! 세상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발밑에 밟히는 모래알도 수줍게 고개 숙인 이름 모를
들풀도 풀잎에 숨어있는 벌레에게서도 빛이 난다.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보석처럼 떨어진다.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차고 행복이 샘물처럼 솟아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을 하늘이다.
'§미술을 말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를 쓴다는 가치와 존재의미 (0) | 2005.09.10 |
---|---|
아침의 좋은 생각 / 아르튀르 랭보 (0) | 2005.09.10 |
한용운님의 <인연설> (0) | 2005.08.21 |
숲 속의 방(강석경) (0) | 2005.08.08 |
비밀의 문(김내성) (0) | 2005.08.08 |